<지능의 역설> 소개
런던 정치 경제 대학교(LSE) 부교수. 런던 대학교 버벡 칼리지 명예 연구원. 전공은 진화심리학. 심리학 전문지인 ‘사이콜로지 투데이’ 등에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으며 온라인 매거진 ‘Evolutionary Behavioral Science’의 편집위원이기도 함.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등의 매스컴에도 자주 기고를 통해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있으며 BBC 방송국의 TV 및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처음 읽는 진화심리학> 등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능의 본질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오해를 풀어준다. 지능이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어떤 것인가 등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왜 진보주의자는 보수주의자보다 지능이 높은가? 왜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보다 지능이 높은가? 왜 IQ가 높은 사람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가? 등의 흥미로운 화두를 통해 진화적으로 익숙한 것과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으로 나누어 지능을 설명한다. 동시에 지능이란 인간의 수많은 특질 중 하나일 뿐임을 강조하고 사회학과 경제학이 풀지 못했던 인간 행동의 비밀을 설명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지능의 역설> 내용
1. 진화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인류의 생존과 번식의 문제에 있어서 그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오래 살고 번식에도 성공했으며, 그 아이도 부모로부터 문제 해결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장수하며 많은 아이를 남겼다. 그렇게 서서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자가 증가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줄어들었다. 이렇게 '진화에 의해 형성된 심리 메커니즘' 또는 '심리학적 적응'을 진화심리학이라 한다.
진화심리학에는 4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원칙 1 : 인간도 동물이다. 진화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인간을 특별한 존재가 아닌 자연계의 일부로 인식한다.
원칙 2 : 인간의 뇌를 특별히 취급하지 않는다. 진화심리학에서 뇌는 손이나 췌장과 마찬가지로 신체의 일개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원칙 3 : 인간의 본성은 천성적인 것이다. 개나 고양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개나 고양이의 본능을 가지는 것처럼 인간도 태생적으로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가진다.
원칙 4 : 인간의 행동은 천성적인 본성과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인간의 유전자와 환경이 둘 다 비슷한 정도로 중요한 행동의 결정 요인이 된다.
2. 인간이 가진 뇌의 본질과 한계
인간의 진화에 있어 적응이라고 하는 것이 먼 옛날 조상들의 환경 조건에 맞춰 설계된 것인 만큼, 현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조건에도 적합할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상황은 잘 '이해'할 수 없으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사바나 원칙이다. 여기서 '이해'란 '실제로, 논리적으로, 동시에 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바르게, 사물의 구조를 안다'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진짜 이해하고 있다면, 직업이 배우인 많은 사람들이 돈을 받고 대본에 적힌 역할을 연기하지만 TV나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슬픈 장면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공포영화를 볼 때 무서워하는 것들은 우리의 뇌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 다른 구체적인 예로는 포르노를 들 수 있다. 사바나 원칙에 따르면 남성의 뇌는 포르노 사진이나 비디오에서 보는 여성과 성교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제로는 모르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남성이 포르노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고 발기할 리 없기 때문이다.
3. 지능이란 무엇인가?
오해 1 : IQ 테스트에는 문화적 편견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순수하게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한 IQ 테스트 문제들은 그렇지 않다.
오해 2 : 지능과 IQ는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지능이란 다름 아닌 IQ 테스트의 측정 결과이다. 다수의 지능 테스트(언어, 언어 이해, 계산, 숫자 따라 외우기, 시공간 능력 등)을 조합해서 행하고, 각각의 점수에 대해 공통되는 잠재적인 지능을 구하고 우연한 측정 오차를 제거해 순수한 일반 지능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해 3 : 'IQ 테스트는 신뢰할 수 없다'인데 위대한 지능연구자인 아서 R. 젠슨에 따르면 IQ 테스트의 신뢰도는 90~99%이지만 혈압이나 혈중 콜레스테롤 측정, 흉부 X선 검사에 의한 진단의 신뢰도는 일반적으로 50% 정도라고 한다.
오해 4 : 지능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오직 환경(교육 및 사회화) 뿐이라고 하는 오해다. 지능이 100% 유전자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자의 영향은 무척 크다. '유전율'이라는 것은 인간의 형질에 대하여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말하는데, 1.0이라면 그 형질은 100% 유전자만으로 결정되며, 0이라면 특정 형질에 대해 100% 환경으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지능의 유전율은 어릴 때는 0.4 전후지만 성인이 되면 0.8 전후까지 상승한다. 즉, 성인의 지능은 80% 정도가 유전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수렵 채집 생활에서는 현대의 삶처럼 지능이 필요하지 않은데 그렇다면 일반 지능은 어떤 식으로 진화해 왔는가? 그것은 우리 조상의 생존과 번식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예외적이고 우발적인 문제가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하고 추리하는 능력이 심리학적 적응으로 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진화의 흐름 속에서 예외적이고 새로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 일반 지능인 것이다.
4. 지능은 언제 중요한가(혹은 중요하지 않은가)?
사바나 원칙('인간의 뇌는 조상들의 환경에 없었던 존재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과 일반 지능의 관계에 대해서, 지능이 낮은 사람일수록 사바나 원칙에 강하게 적용된다. 'TV 속 친구'와 현실의 친구를 혼동하는 경향과 개인의 IQ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그런 경향은 지능이 평균 이하인 남녀에 많이 나타났다. 또 포르노의 경우, 포르노를 자주 보는 남성일수록 여성이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지능이 평균 이하의 남성은 현실의 여성과 포르노에 등장하는 배우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대학입시 시험인 SAT 성적을 바탕으로 진짜 천재라고 인정된 5,0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수학 영재 연구 프로젝트'에서 이들은 교육이나 고용 면에서 화려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진화의 관점에서는 극히 당연하고 익숙한 일인 결혼과 육아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지능의 역설 -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는 없었던, 진화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호와 가치관(즉 조상들과는 다른 기호 및 가치관)을 갖기 쉽다. 그러나 조상들의 환경에도 있었던, 진화의 관점에서는 당연하고 익숙한 기호와 가치관(즉 조상들과 같은 기호 및 가치관)을 가질지는 일반 지능과 관계가 없다. '부자연스럽다'라는 말은 '사람이라는 종은 진화의 과정에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라는 의미이고,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진화의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운 기호와 가치관을 가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능의 역설의 핵심이다.
5. 보수주의자보다 진보주의자 쪽이 지능이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 책에서, 진보주의자들은 세율을 올려 소득 분배를 늘림으로써 평등한 결과를 현실화하려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기회의 평등을 지지하면서도 결과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상관없다고 여기는 것을 말한다.
<세계문화백과사전>을 통해 식량 등의 자원을 가족, 친척, 가까운 이웃 등과 나누는 일은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지만, 만난 적도 없고 만날 일도 없는 완전한 타인에게 그런 자원을 나눠 주는 일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능의 역설을 통해 추측하자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진보주의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통계 분석 결과 지능이 높은 아이일수록 성인이 된 뒤 정치적으로 진보주의가 되기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보다 지능이 높다면 왜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그렇게 어리석은 언동을 하거나 지나치게 회의적인 태도로 신용을 잃는가?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추상적, 논리적, 사고력을 사교 및 대인 관계 영역에 잘못 사용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상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식을 따르려고 해도 높은 지능이 방해를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지능의 역설인 것이다!
6. 신을 믿는 사람보다 믿지 않는 사람 쪽이 지능이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 조상들은 매일 다양한 '원인을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과 조우했을 것이다. 이때 올바르게 추리하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추리하기 위한 소재가 불충분하므로 항상 바르게 추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릇된 추리로 야기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한 가지는 위험한 상황이 아닌데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제1종 과오-생명체에 의한 의도적인 힘)이고 피해 망상에 걸리기 쉽다. 다른 한 가지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위험하지 않다고 착각하는 것(제2종 과오-물체에 의한 우연한 힘)이고 그 결과는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 당연히 제1종 과오가 제2종 과오보다 우리 조상들의 생존율을 높여줬을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제2종 과오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당연한 결과로서 제1종 과오를 저지르기 쉽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 현상의 경우에도 제1종 과오(의도적인 힘)가 제2종 과오(우연한 힘) 보다 더 저지르기 쉽기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물리적인 자연 현상에서 신의 손 또는 신의 계시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신을 믿게끔 진화된 것이 아니라 피해 망상적인 성향을 가지게끔 진화된 것이다. 그리고 피해 망상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인간은 신을 믿는 것이다.
따라서 지능의 역설을 통해 생각하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무신론자가 되기 쉽다.
7. 지능이 높은 남성일수록 한 사람만 사귀는 경향이 강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리고 지능이 높은 여성에게는 그런 경향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인류 진화의 역사를 통해 우리 조상들은 대체로 일부다처제를 취해왔다.(세계의 전통 사회를 폭넓게 조사한 연구에서 전통 사회의 대다수(83.39%)가 일부다처제를 취하고 있으며 단혼제는 16.14%, 일처다부제는 0.47% 밖에 되지 않는다.)
일부다처제에서는 한 남성이 여러 여성과 결혼한다. 일부다처제에서도 여성은 한 남성하고 결혼하였으며 이 점에서는 단혼을 하는 여성과 다를 것이 없다. 일부다처제에서 결혼을 한 여성도 단혼을 한 여성도 한 남성과 성적 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것이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단혼제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인류의 혼인 제도 역사(일부다처제)를 생각하면 남성에게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반면 여성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지능의 역설을 통해 생각해 보면 지능이 높은 남성일수록 '성적 배타성'이라는 가치관을 중시하겠지만 여성의 경우 지능이 높은 것과 '성적 배타성'이라는 가치관 사이에는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NCDS(국립 아동 연구 발달)와 GSS(종합 사회 조사)를 통해 지능과 성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데이터가 나왔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남녀 모두) 신체적 매력이 높은 경향이 있다. 또 남성도 여성도 지능이 높은 사람은 지능이 낮은 사람 보다 유의미하게 키가 크다. 지능이 높은 남성 및 여성일수록 바람을 피우기 쉽다는 통계다.
8. 아침형 인간보다 저녁형 인간 쪽이 지능이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세계문화백과사전에서는 전통 사화의 문화 중에서도 야행성 활동을 언급한 개소는 한곳도 없었다. 또 민족지 5권의 조사에서 우리의 조상은 주행성 생활을 기본으로 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즉 조상의 환경에서 밤에 활동하면 야행성 포식자에게 공격할 위험이 있었던 까닭에 우리 조상들은 날이 밝으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을 잤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일상적으로 야간에 활동하는 일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롭고 기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능의 역설로 예상해 보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늦고 밤에 자는 것도 늦는 저녁형 인간인 것이 아닐까?
1999년 지능과 개일 리듬의 관련을 다룬 연구에서는 저녁형 인간 쪽이 아침형 인간보다 유의미하게 지능이 높았다. 또 Add Health(청소년-성인 건강 장기 연구)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서도 지능이 높은 아이일수록 성인이 된 뒤 저녁형 생활을 보내게 된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평일 저녁에도 주말 저녁에도 잠이 드는 것이 늦으며 평일 일어나는 시간도 늦다.
9. 왜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보다 지능이 높은 것인가?
동성애적인 행위는 많은 종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포유류는 모두 생물학적인 설계상 이성애를 통해 번식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 조상들 중에는 자신을 동성애자로 인식하고 동성애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었을까? 전통사회에 대한 민족지적 기록의 조사와 세계문화백과사전을 살펴본 결과, 개인의 동성애 행위에 대한 기록이 거의 전무하다. 그렇다면 조상들의 환경에서도 동성애가 폭넓게 이루어졌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우며 동성애는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신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능의 역설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진정한 성적 지향이 무엇이든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생각하고 동성애적인 감정과 욕구를 가지며 동성애적인 행위를 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세 가지 종류의 데이터(Add Health-청소년-성인 건강 장기 연구, GSS-종합사회조사, NCDS-국립 아동 발달 연구)의 분석 결과, 지능이 높은 아이일수록 성인이 된 후 동성애자라는 의식을 가지기 쉽고 동성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또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평생 동안의 동성애 파트너 수가 많으나 이성애 파트너 수는 지능과 관계가 없다. 따라서 지능의 역설이 모두 사실임을 보여준다.
10.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인지고고학자 스티븐 미슨의 주장에 따르면, 음악과 언어에는 공통되는 원형인 '음악언어'가 있으며 그것이 나중에 발전하여 음악과 언어라는 별개의 형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즉 음악과 언어에는 진화상 공통된 기원이 있으며 전체적이고 음악적인 발성에 의해 메지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슨의 주장이 옳다면, 음악의 진화상 기원은 '노래'라는 가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악기만 연주하는 음악은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노래를 동반하지 않은 악기 연주만 있는 음악은 진화의 역사상 새로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능의 역설이라는 관점에서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악기만으로 연주하는 음악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BCS(영국 코호트 연구)와 GSS(종합사회조사)의 대규모 통계 조사를 통해, 지능이 높을수록 악기 음악(클래식과 경음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목소리 음악(노래)을 좋아하는지는 지능과 관련이 없었다.
11. 왜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가?
고고학적인 증거에 따르면 맥주와 와인 생산은 기원전 60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를 기원으로 한다. 인류의 담배 소비는 약 800년 전 북미 원주민이 두 종의 담배속 식물 재배를 하면서 시작됐다. 또 향정신성 약물의 경우, 고대 중국의 황제 신농이 기원전 2737년에 대마를 약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알코올, 담배, 약물은 수 십만 년이 넘는 인류 진화의 관점에서는 새롭고 역사적 기원도 극히 최근이라 할 수 있다.
NCDS(국립 아동 발달 연구)와 Add Health(청소년-성인 건강 장기 연구)의 통계 조사에서, 알코올의 경우 지능이 높은 아이일수록 어른이 된 뒤 술을 많이 마시고 주정하기 쉽다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반면 흡연의 경우, NCDS(영국)에서는 지능이 높은 아이일수록 어른이 된 뒤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Add Health(미국)에서는 반대 경향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약물에 대해서는 NCDS의 데이터는 지능의 역설을 강하게 뒷받침해 주었지만 Add Health의 데이터는 그렇지 않았다.
12. 왜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결국 인생에 실해하는 것일까?
진화의 관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가치관이 있다면 그것은 번식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번식의 성공은 어떤 생명체이든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자식을 가지지 않는 일, 혹은 번식 가능한 연령까지 무사히 키울 수 있는 수의 자식을 가지지 않는 일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롭고 신기한 일이다. 지능의 역설에 따라 예측해 보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식의 수가 적고 자식을 만들지 않은 채 지내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영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NCDS(국립 아동 발달 연구)에서는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남녀 모두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경향이 유의미하게 강하게 나왔다. 반면 '원하는 아이의 수'에 있어서는, 지능이 높은 여성은 지능이 낮은 여성보다 평생 동안 가지는 아이의 수가 유의미하게 적었지만, 지능이 높은 남성과 지능이 낮은 남성 사이에는 자식의 수에 특별한 차이가 없었다.
13. 지능이 영향을 끼치는 것에는 그 외 어떤 것이 있는가?
오늘날 '대인 범죄'라고 불리는 것의 상당수는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서는 남성끼리의 다툼에서 자주 있었던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범죄는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대조적으로 법을 지키게 하거나 죄를 벌하거나 하는 기술과 기관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존재이다. 그래서 지능이 낮은 사람은 경찰과 사법이라고 하는 '부자연스러운' 시스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지능이 낮은 사람일수록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당연한 행동을 하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신기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능이 낮은 사람은 약물을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서는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솔선해서 먹은 사람 쪽이 훨씬 더 오래 살고 건강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유형의 사람이 우리 조상일 가능성이 높다. 채식주의는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가치관이며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뒤에야 누릴 수 있는 사치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능의 역설을 통해 예상하자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채식주의자가 많을 것이다.
영국의 NCDS(국립 아동 발달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42세 시점에서 채식주의인 사람은 어린 시절 일반 지능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하지만 미국의 Add Health(청소년-성인 건강 장기 연구) 데이터 분석에서는 어린 시절의 지능과 성인이 된 후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를 볼 수 없었다.
<지능의 역설> 리뷰
가나자와 사토시는 지능의 역설을 통해 우리가 흔히 부르는 '똑똑한 사람', 즉 지능이 높은 사람에 대해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지능이 높은 사람은 일반 사람과 어떤 점이 다를까?
놀랄만한 점은 저자의 주장이나 가설을 수많은 통계자료(GSS-종합사회조사, Add Health-청소년-성인 건강 장기 연구, NCDS-국립 아동 발달 연구)를 통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통계 자료의 결과 도출 시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종교, 소득, 교육 수준, 출생 시 사회 계층, 어머니의 교육 수준, 아버지의 교육 수준, 혼인 상태, 자녀의 수 등)들을 배제했다.
가나자와 사토시 - 지능의 역설의 요점은,
분명히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교육 수준도 높고 학업도 우수하다. 또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도 현저히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능이 높은 사람은 인간 생활 중 중요한 부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일, 좋은 친구가 되는 것 등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일에 대해서는 성공보다는 그렇지 못한 사람에 가깝다.
지능의 역설을 통해서 가나자와 사토시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능이란 그저 인간이 가진 무수히 많은 특질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신장이나 체중, 머리카락의 색깔, 눈의 색깔처럼 하나의 특성이란 뜻이다. 지능이 높다고 해서 가치가 더 많고 더 존중받아야 할 특성이 아니란 말이다.